본문
2017/04/25
B급 연인
다이라 아즈코 글(2005) 김은하 옮김(2016) 글램북스
"일이 재미있어지면 결혼 생활에서 바라는 것 사이에 벽이 점점 커져."
루미가 취직을 결정했을 때 엄마는 처음으로 이혼 사유를 분명히 밝혔다.
"사랑하는 사람과 평생 함께 살아가는 것. 사랑을 주는 남자에게 헌신하는 일. 그것만으로도 행복하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 그러나 이게 내가 살아갈 길이라 믿고 일에 몰입하려면 방해하지 않고 도움을 주거나 아내 역할을 과하게 요구하지 않는 그런 남자가 좋아, 이기적이지만. 그런데 그건 찰리가 지금까지도 내게 요구하는 것들이잖아."
음악 쪽 일이 줄어들자 이제 끝이라고 단념한 아빠는 엄마가 라멘 가게를 도와주리라고 완전히 믿었다. 요가 학원은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이제부터 부부가 함께하는 게 당연한 일이라며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 건 보조에게 맡기면 되지 않느냐고 하더라. 그쪽은 부업으로 삼고 이쪽 일을 같이하자면서."
'그런 거'라는 표현을 용서할 수 없었다고 엄마는 말했다. (<행복한 유전자>, 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