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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17
나를 닮은 사람
누쿠이 도쿠로 글(2013) 김은모 옮김(2017) 엘릭시르
오 년쯤 교제하다 보면 신뢰도 두터워진다. 특히 다쓰로와 사야는 성격이 비슷할 뿐만 아니라 취미도 같아서 서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손바닥 들여다보듯이 잘 알았다. 아니, 잘 안다고 믿었다. 어제까지 믿었던 것은 내일도 변함없이 있을 것이라고 아무런 의심 없이 단정했다. 사회에 나온 여성이 뭘 느끼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쓰로는 상상해본 적도 없었다. (19~20쪽)
스마트폰이 있으니까 집 전화는 놓지 않아도 되고, 컴퓨터도 필요 없어 경제적으로 상당히 절약할 수 있다. 그 대신 스마트폰 의존도가 높아져 다쓰로의 모든 생활이 이 작은 기계에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한 손으로 들 수 있을 만큼 자그만 생활. 기껏해야 백 그램이 넘는 스마트폰의 무게가 다쓰로의 인생의 무게였다. (37~38쪽)
일본인을 정직하고 도덕적이라고 생각하는 외국인이 많고, 실제로 잃어버린 지갑이나 휴대전화의 주인을 찾아주는 몇 안 되는 나라이기는 하지만 어째서인지 개인 수준에서만 그렇다. 집단이 되면 윤리에 반하는 짓을 서슴없이 저지르는 것 또한 일본인의 기질이다. (400쪽)
어쩐지 이야기의 큰 줄기와 상관없는 대목에 눈이 더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