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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들이 사는 나라
모리스 샌닥 글, 그림(1963) 강무홍 옮김(1994) 시공사
1. 줄거리
엄마 말 안 듣고 장난을 치던 맥스는 저녁밥도 못 먹고 방에 갇힌다.
그날 밤 맥스의 방에서 나무와 풀이 자라기 시작하더니 딴 세상이 펼쳐진다. 맥스는 바다로 나가서 일년 동안 배를 타고 간 끝에 괴물 나라에 도착한다.
무시무시한 괴물들은 맥스를 위협하지만, 맥스는 오히려 괴물들을 꼼짝 못하게 만들고 괴물나라 왕이 된다. 괴물들과 춤추고 노래하며 재미있게 지내던 맥스는 문득 쓸쓸함을 느끼고 자기를 사랑해 주는 사람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한다.
괴물들과 헤어진 맥스는 아직 식지않은 저녁밥이 기다리고 있는 자기 방으로 돌아온다.
2. 모리스 샌닥(Maurice Sendak, 1928- )
전후 미국을 대표하는 그림책 작가로 '그림책의 피카소'라고 불리는 모리스 샌닥은 미국 뉴욕시 빈민가 브루클린에서 폴란드계 유태인 이민 3세의 막내 아들로 태어나, 병약한 어린시절을 보내면서 그림 그리기에 취미를 붙였다.
샌닥은 고등학교 시절 학교신문에 학생들의 생활을 풍자하는 만화를 그렸고, 졸업한 뒤에는 장난감 가게에서 윈도우 디스플레이를 하며 밤에는 뉴욕의 아트 스튜던트 리그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다. 1951년에 어린이책의 삽화를 그릴 기회를 얻어 그 때부터 그림책 작가로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샌닥의 초기 작품(1950년대)은 대부분 흑백 그림이었다. 그는 빅토리아 시대의 일러스트레이터들을 숭배하여, 그들과 마찬가지로 부드럽고, 섬세하고, 고풍스러운 단색 화법을 사용했다.
그의 3부작으로 불리우는 <괴물들이 사는 나라>, <깊은 밤 부엌에서>, <저 너머 밖에서는>을 두고 그는 "아이들이 노여움, 지루함, 두려움, 분노, 질투와 같은 다양한 감정들을 어떻게 다스리고 그들의 실제 삶에서 어떻게 마주치게 되는가 하는 동일한 주제를 바탕으로 해서 변화를 준 것 뿐이다."라고 한다.
샌닥은 <괴물들이 사는 나라>로 칼데콧상을, 1970년에는 그의 그림책 활동 전체를 평가받아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받았다.
작품>
보호자 헥터 그리고 물을 내려다보니(Hector Protector and As I Went
Over the Water, 1965)
괴물들이 사는 나라(Where the Wild Things are, 1963)
깊은 밤 부엌에서(In the Night Kitchen, 1970)
저 너머 밖에서는(Outside Over There, 1981)
우리는 잭과 가이와 함께 모두 쓰레기 더미 속에 있다(We are All in
the Dumps with Jack and Guy, 1993) 등
** 참고서적
1) 이상금(1998). <그림책을 보고 크는 아이들>. 사계절.
2) 존 로 타운젠드(1995). <어린이책의 역사 2>, 강무홍 옮김. 시공사.
3) 시공사 작가소개
3. 감상
그림책의 걸작 중 하나라고 일컫는 이 책을 예전부터 보고 싶었지만 도서관에서도 볼 수 없어서 미루고 있던 참에 제대로 읽어보게 되어 무척 반가웠다.
흔히 아이들 이야기라 하면 귀엽고 예쁜 존재로만 그리는 책이 많지만, 아이를 잠시라도 접해본 어른들이라면 다 알겠지만 살아있는 아이들은 절대 예쁘기만 한 존재가 아니다. 떼쓰고 고집피우고 반항하고...
이 책의 주인공 맥스도 그런 아이들 중의 하나이다. 엄마에게 대들다 방에 갇힌 맥스는 꽉 막힌 자기 방을 벗어나서 무서운 괴물들(마음 속에 있는 나쁜 것들의 상징일까?)과 함께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즐겁게 지내지만 곧 자기를 사랑해 주는 사람이 그리워져서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괴물들이 사는 나라>가 1963년에 출간되었을 당시, 미국의 교육학, 어린이 문학, 어린이 심리학의 권위자들은 괴상망측한 괴물들과 말 안 듣는 아이가 나오는 이 책이 예쁘고 귀여운 어린이 세계를 모반했다며 신랄한 비난을 퍼부었다고 한다. 하지만 자신과 같은 행동을 하는 맥스의 이야기를 아이들은 누구보다도 즐거워하는데서 이 책의 진실성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은 현실 세계와 환상 세계를 그림의 구성으로 교묘하게 나누어 표현하고 있다.
맥스가 장난을 치는 책의 시작 부분에서는 글은 왼쪽, 그림은 오른쪽에 자리하고 있으며 그림은 엽서 크기만하다.
그림의 크기는 점점 이야기 속의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커지다가, 맥스의 방이 세상 전체가 되는 부분, 즉 현실 세계에서 환상 세계로 넘어가는 부분에서는 그림이 한 페이지를 가득 메우게 된다. 그리고 바다를 항해하는 부분에서는 왼쪽 페이지까지 그림이 넘어오더니 괴물들을 만나는 장면에서는 글이 양쪽 페이지의 아래쪽에 위치하고 그림 또한 양면에 걸쳐 펼쳐진다.
이야기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맥스와 괴물들이 소동을 피우며 노는 부분은 여섯 페이지(즉, 세 펼침면)에 걸쳐 글 없이 그림만 가득 그려져 있다. 그리고 다시 그림은 점점 작아져서 마지막 장에서는 그림 없이 "저녁밥은 아직도 따뜻했어."라는 구절로 끝맺는다.
딸아이(6세)에게 이 책을 읽어주었을 때 엄마 말에 반항하고 장난을 치는 맥스의 모습에 우선 즐거워하고(자기와 같다는 동질감?), 괴상망측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한 괴물의 생김새, 맥스와 괴물이 춤추고 나무에 매달리고 행진하며 노는 장면을 매우 재미있어 한다.
사실 '괴물'이라고는 하지만 무섭다기보다는 어떻게 보면 굉장히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고, 또 소를 닮은 괴물, 새를 닮은 괴물들이 등장하여 아이들에게 친숙함을 주는 듯 하다.
환상그림책을 얘기할 때 이 <괴물들이 사는 나라>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데, 책을 읽어보니 과연 그럴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현실과 환상 세계가 어색함없이 잘 연결되는 이야기에서 생활그림책이나 옛이야기 그림책과는 또다른 맛이 느껴진다.
흔히 '꿈'을 매개체로 해서 아이들이 환상 세계에서 놀다가 깨어나보니 꿈이더라는 식의, 틀에 박힌 환상그림책이 아닌, 좀 더 넓은 상상의 세계를 다룬 우리나라 그림책이 기다려진다.
1999/11/10
방송대 유아문학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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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지 출처: yes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