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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퍼
나리타 미나코(1984) (1999) 학산문화사
어떤 님의 홈페이지 자기소개란에서 우연히 <사이퍼>란 제목을 알게 되었고 별 생각없이 전권을 빌려왔다가 이것저것 씹어가면서 읽게 하는 힘에 끌려서 엿새 동안이나 붙들고 있었다.
평소에 내가 잘 빠져드는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대하소설 스타일의 작품은 전혀 아니었고, 겉보기에는 뉴욕의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해서 10대들의 만남, 학교생활을 그린 잔잔한 학원물-마치 TV 드라마를 연상하게 하는- 같았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오히려 주인공들의 심리에 푹 빠져들게 하는, 가볍지도 않지만 내내 어둡지도 않은....
어쨌든 묘한 느낌의 작품이었다.
"서로에게 서로만이 존재를 허락한 단 한 명의 상대"였던 쌍둥이 형제 시바와 사이퍼가 타인들과의 부딪힘을 겪으면서 자신들 스스로를 가두어둔 껍질을 깨고 성장하는 이야기.
큰 기둥줄거리는 두 형제의 내면의 성장이다.
대인관계에서나 심리적으로나 폐쇄적인 생활을 하던 시바와 사이퍼 사이에 아니스라는 타인이 끼어들면서 쌍둥이 사이는 조금씩 분리되어가는데 서로 독립을 원하면서도 떨어져나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그 마음이 절묘하다. 꼭 이들과 같은 관계가 아니더라도 부모-자식간이나 부부 사이, 친한 친구 사이에서 한번쯤은 경험해 봤을 그런 감정 말이다.
쌍둥이의 한쪽에 여자친구가 생기면서 갈라지기 시작한 사이는 이윽고 큰 사건으로 인해 시바와 사이퍼의 헤어짐으로 이어지고 둘은 그동안 반쪽씩 맡아왔던 삶을 완전하게 껴안는 새로운 경험에 허우적거린다.
시바와 사이퍼가 각각 사귀게 되는 친구 알렉산드라와 하루 또한 남들에게는 잘 보이려 하지 않는 자기만의 마음의 짐을 갖고 있다. 사이퍼의 룸메이트 하루는 친구를 가깝게 사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알렉산드라는 너무나 예쁜 외모 때문에 늘상 여자로 오인받는 것에 대한 강한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다.
다들 혼자서는 벗어버리기 힘들었던 짐을 서로 마음 속에 친구가 들어오는 것을 허용하면서 때로는 기대고, 때로는 부딪히며 서서히 깨뜨려가는 모습에 과거의 내 모습이 겹치면서 울컥하리만큼 마음을 적셨다.
이런 심각한 이야기와 겹치는 다른 편에는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해서 10대 시절에 있을 수 있는 여러가지 잔잔한 에피소드가 잔가지로의 재미를 톡톡히 준다.
단순한 친구로 생각했던 사이에서 남/녀를 의식해 가면서 생기는 미묘한 감정 변화를 그려낸 장면들도 좋았지만 사이퍼가 면도하는 광경을 보고 충격받는 아니스라든가 아니스의 노브라 차림에 안절부절 못하는 사이퍼의 모습들은 정말 귀.여.웠.다~ ^^
또 작품 초반부 그림을 보면 인체비례나 균형 등은 잘 맞지만 어딘가 좀 엉성한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뒤로 갈수록 아름다워져서 그것 또한 맘에 꼭 들었고.
... 그림만을 보고 작품을 선택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예쁘지 않은(순전히 개인취향이지만) 작품은 싫다...
쓰다보니 감상이라기보다 잡상에 가까워졌지만, 참 마음에 와닿는 작품이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한번쯤 읽어보시라 권하고 싶다.
덧말 하나.
주인공인 시바와 사이퍼는 68년생, 나와 동갑이다. ^^
이야기가 전개되는 중간중간에 튀어나오는 80년대 팝 가수들, 정말 반가웠다. 마이클 잭슨을 위시하여 탐슨 트윈즈, 프린스, 웸!, 홀앤오츠, 유리드믹스, 브루스 스프링스틴, 마돈나, 쉴라E 등등...
더불어 주인공이 밤새워서 봤다는 '라이브 에이드'도~
... 나도 고3 때 엄마의 눈총을 받으면서 밤새워서 보고 담날 수업시간에 졸다가 걸린 기억이...
덧말 둘.
분명히 미국이 배경이건만 왜 사이퍼의 농구 머리띠라든지 아니스 아빠의 옷에는 시도때도 없이 일본식 구호 같은 한문이 등장하는지... ^^;;;
2000/05/02
하이텔 소모임 순정만화사랑 가입 감상문>
* 표지 출처: yes24
나리타 미나코(1984) (1999) 학산문화사
어떤 님의 홈페이지 자기소개란에서 우연히 <사이퍼>
평소에 내가 잘 빠져드는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대하소설 스타일의 작품은 전혀 아니었고, 겉보기에는 뉴욕의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해서 10대들의 만남, 학교생활을 그린 잔잔한 학원물-마치 TV 드라마를 연상하게 하는- 같았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오히려 주인공들의 심리에 푹 빠져들게 하는, 가볍지도 않지만 내내 어둡지도 않은....
어쨌든 묘한 느낌의 작품이었다.
"서로에게 서로만이 존재를 허락한 단 한 명의 상대"였던 쌍둥이 형제 시바와 사이퍼가 타인들과의 부딪힘을 겪으면서 자신들 스스로를 가두어둔 껍질을 깨고 성장하는 이야기.
큰 기둥줄거리는 두 형제의 내면의 성장이다.
대인관계에서나 심리적으로나 폐쇄적인 생활을 하던 시바와 사이퍼 사이에 아니스라는 타인이 끼어들면서 쌍둥이 사이는 조금씩 분리되어가는데 서로 독립을 원하면서도 떨어져나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그 마음이 절묘하다. 꼭 이들과 같은 관계가 아니더라도 부모-자식간이나 부부 사이, 친한 친구 사이에서 한번쯤은 경험해 봤을 그런 감정 말이다.
쌍둥이의 한쪽에 여자친구가 생기면서 갈라지기 시작한 사이는 이윽고 큰 사건으로 인해 시바와 사이퍼의 헤어짐으로 이어지고 둘은 그동안 반쪽씩 맡아왔던 삶을 완전하게 껴안는 새로운 경험에 허우적거린다.
시바와 사이퍼가 각각 사귀게 되는 친구 알렉산드라와 하루 또한 남들에게는 잘 보이려 하지 않는 자기만의 마음의 짐을 갖고 있다. 사이퍼의 룸메이트 하루는 친구를 가깝게 사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알렉산드라는 너무나 예쁜 외모 때문에 늘상 여자로 오인받는 것에 대한 강한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다.
다들 혼자서는 벗어버리기 힘들었던 짐을 서로 마음 속에 친구가 들어오는 것을 허용하면서 때로는 기대고, 때로는 부딪히며 서서히 깨뜨려가는 모습에 과거의 내 모습이 겹치면서 울컥하리만큼 마음을 적셨다.
이런 심각한 이야기와 겹치는 다른 편에는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해서 10대 시절에 있을 수 있는 여러가지 잔잔한 에피소드가 잔가지로의 재미를 톡톡히 준다.
단순한 친구로 생각했던 사이에서 남/녀를 의식해 가면서 생기는 미묘한 감정 변화를 그려낸 장면들도 좋았지만 사이퍼가 면도하는 광경을 보고 충격받는 아니스라든가 아니스의 노브라 차림에 안절부절 못하는 사이퍼의 모습들은 정말 귀.여.웠.다~ ^^
또 작품 초반부 그림을 보면 인체비례나 균형 등은 잘 맞지만 어딘가 좀 엉성한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뒤로 갈수록 아름다워져서 그것 또한 맘에 꼭 들었고.
... 그림만을 보고 작품을 선택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예쁘지 않은(순전히 개인취향이지만) 작품은 싫다...
쓰다보니 감상이라기보다 잡상에 가까워졌지만
덧말 하나.
주인공인 시바와 사이퍼는 68년생, 나와 동갑이다. ^^
이야기가 전개되는 중간중간에 튀어나오는 80년대 팝 가수들, 정말 반가웠다. 마이클 잭슨을 위시하여 탐슨 트윈즈, 프린스, 웸!, 홀앤오츠, 유리드믹스, 브루스 스프링스틴, 마돈나, 쉴라E 등등...
더불어 주인공이 밤새워서 봤다는 '라이브 에이드'도~
... 나도 고3 때 엄마의 눈총을 받으면서 밤새워서 보고 담날 수업시간에 졸다가 걸린 기억이...
덧말 둘.
분명히 미국이 배경이건만 왜 사이퍼의 농구 머리띠라든지 아니스 아빠의 옷에는 시도때도 없이 일본식 구호 같은 한문이 등장하는지... ^^;;;
2000/05/02
하이텔 소모임 순정만화사랑 가입 감상문>
* 표지 출처: yes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