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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여왕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글() 햇살과나뭇꾼 옮김(2002) 소년한길
자기와 다른 이가 뭔가 달랐으면 하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다. 요즘에는 너무나 당연한 말이 되어버린 '자기만의 개성'이라든지 하는 것이 바로 그러한 마음의 표현일 것이다.
그러나 자칫 잘못하면 이 '다름'을 표현의 다름이 아니라 높낮이의 다름으로 생각해 버릴 위험도 있다. 남보다 돈이 좀 많다는 것으로, 남보다 생김새가 좀 낫다는 것으로, 남보다 능력이 좀 뛰어나다는 것을 핑계삼아 사람의 천박한 마음은 곧장 다른 이를 자기보다 아래로 내려다보게 한다.
많은 꽃과 풀이 있다. 그중에서도 사과나무는 고운 꽃망울을 가져서 사람들에게 찬사를 받는다. 이것이 사과나무의 소박한 자랑거리로 끝나면 좋으련만, 정원의 다른 풀꽃들을 보고 사과나무는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는다"며 불쌍하게 여긴다. 그중에서도 어디에서나 볼 수 있을만큼 흔한 민들레를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동정'해마지 않는다. '식물도 인간처럼 차이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하면서.
사과나무는 자신만의 것을 가지고 자기를 자랑스러워하는 것이 아니라 딴 꽃-민들레-와 자기를 비교하는데서 자랑스러움을 느낀다. 그것도 자기가 노력해서 얻어낸 것이 아니라 원래 태어났을 때부터 우연히 자기에게 주어진 것을 가지고. 남과 자기를 비교하다 비교하다 지치면 되지 않는 말까지 만들어내며 '나는 남보다 잘났다'는 걸 밝히려고 애쓰는 우리네 모습과 어쩌면 이토록 똑같은지.(물론 이렇게 느끼게 하려고 안데르센은 이 동화를 썼겠지만)
하지만 하느님의 사랑-이라고 글에서는 표현되었고 내가 느끼기에는 자연의 혜택이랄까?-은 사과나무에게만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의 사랑 또한 사과나무의 생각과는 달리 '고상하고 아름다운' 꽃에만 돌아가는 것도 아니다. 큰 존재에게는 큰 존재대로, 작은 존재에게는 작은 존재대로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 이유가 있고 사랑받을 수 있는 힘이 있는 것이다.
'아름다운 건 좀더 고상한 거'라고 하던 사과나무는 과연 고상한 것이 무엇인지 죽을 때까지 알 수 있었을까. 자기 스스로를 고상하다고 일컫는 것이 바로 자기 자신이 품위없음을 드러내는 것이라는 걸 알았을까.
2002/11/12
어도연 외국동화분과 발제>
* 표지 출처: yes24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글() 햇살과나뭇꾼 옮김(2002) 소년한길
자기와 다른 이가 뭔가 달랐으면 하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다. 요즘에는 너무나 당연한 말이 되어버린 '자기만의 개성'이라든지 하는 것이 바로 그러한 마음의 표현일 것이다.
그러나 자칫 잘못하면 이 '다름'을 표현의 다름이 아니라 높낮이의 다름으로 생각해 버릴 위험도 있다. 남보다 돈이 좀 많다는 것으로, 남보다 생김새가 좀 낫다는 것으로, 남보다 능력이 좀 뛰어나다는 것을 핑계삼아 사람의 천박한 마음은 곧장 다른 이를 자기보다 아래로 내려다보게 한다.
많은 꽃과 풀이 있다. 그중에서도 사과나무는 고운 꽃망울을 가져서 사람들에게 찬사를 받는다. 이것이 사과나무의 소박한 자랑거리로 끝나면 좋으련만, 정원의 다른 풀꽃들을 보고 사과나무는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는다"며 불쌍하게 여긴다. 그중에서도 어디에서나 볼 수 있을만큼 흔한 민들레를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동정'해마지 않는다. '식물도 인간처럼 차이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하면서.
사과나무는 자신만의 것을 가지고 자기를 자랑스러워하는 것이 아니라 딴 꽃-민들레-와 자기를 비교하는데서 자랑스러움을 느낀다. 그것도 자기가 노력해서 얻어낸 것이 아니라 원래 태어났을 때부터 우연히 자기에게 주어진 것을 가지고. 남과 자기를 비교하다 비교하다 지치면 되지 않는 말까지 만들어내며 '나는 남보다 잘났다'는 걸 밝히려고 애쓰는 우리네 모습과 어쩌면 이토록 똑같은지.(물론 이렇게 느끼게 하려고 안데르센은 이 동화를 썼겠지만)
하지만 하느님의 사랑-이라고 글에서는 표현되었고 내가 느끼기에는 자연의 혜택이랄까?-은 사과나무에게만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의 사랑 또한 사과나무의 생각과는 달리 '고상하고 아름다운' 꽃에만 돌아가는 것도 아니다. 큰 존재에게는 큰 존재대로, 작은 존재에게는 작은 존재대로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 이유가 있고 사랑받을 수 있는 힘이 있는 것이다.
'아름다운 건 좀더 고상한 거'라고 하던 사과나무는 과연 고상한 것이 무엇인지 죽을 때까지 알 수 있었을까. 자기 스스로를 고상하다고 일컫는 것이 바로 자기 자신이 품위없음을 드러내는 것이라는 걸 알았을까.
2002/11/12
어도연 외국동화분과 발제>
* 표지 출처: yes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