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슬픈 란돌린
카트린 마이어 글, 아네테 블라이 그림(1996) 허수경 옮김(2003) 문학동네
어린이 성폭력을 다룬 그림책이라는 이야기만 듣고 책을 들었다.
몇 장을 넘긴 순간,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한 집에 사는 아저씨가 아이를 추행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린 그림을 보며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다 읽고나서도 좋은 책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과연 이걸 아이에게 보여주어야 하나 망설여졌다. 아이가 이걸 읽고 성에 대해, 남자에 대해 나쁜 느낌부터 가지게 되면 어쩌나, 성폭력이 뭐냐고 물어오면 어떻게 대답을 해야하나, 복잡한 마음이었다.
하지만 곧 깨달았다. 내가 이 책을 거북하게 느끼고 아이한테 보여주지 않는다고 해서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는 이와 같은 일들이 없어지는 건 아니라는 것을. 다들 쉬쉬 숨길 뿐이지, 이미 어린이 성폭력을 남의 일처럼 멀리 치워두기에는 너무나도 많이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을.
아이는 성폭력의 피해자일 뿐이다. 이 일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하고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폭력을 휘두른 사람이다. 우리 어른들이 성에 관한 일을 뒤켠으로 숨기고 부끄러워했기 때문에 아이들은 지금까지 상처입은 자기 얘기를 하지 못했을 터이다. 눈물 흘리는 자기 모습을 그림으로 그렸으면서도 엄마에게 내밀지 못하고 침대 밑에 두는 브리트의 모습은 내 아이의 모습일 수도 있다.
아이들의 손에 들려주기 전에 모든 어른들에게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2003/04/09
어도연 회보>
* 표지 출처: yes24
카트린 마이어 글, 아네테 블라이 그림(1996) 허수경 옮김(2003) 문학동네
어린이 성폭력을 다룬 그림책이라는 이야기만 듣고 책을 들었다.
몇 장을 넘긴 순간,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한 집에 사는 아저씨가 아이를 추행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린 그림을 보며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다 읽고나서도 좋은 책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과연 이걸 아이에게 보여주어야 하나 망설여졌다. 아이가 이걸 읽고 성에 대해, 남자에 대해 나쁜 느낌부터 가지게 되면 어쩌나, 성폭력이 뭐냐고 물어오면 어떻게 대답을 해야하나, 복잡한 마음이었다.
하지만 곧 깨달았다. 내가 이 책을 거북하게 느끼고 아이한테 보여주지 않는다고 해서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는 이와 같은 일들이 없어지는 건 아니라는 것을. 다들 쉬쉬 숨길 뿐이지, 이미 어린이 성폭력을 남의 일처럼 멀리 치워두기에는 너무나도 많이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을.
아이는 성폭력의 피해자일 뿐이다. 이 일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하고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폭력을 휘두른 사람이다. 우리 어른들이 성에 관한 일을 뒤켠으로 숨기고 부끄러워했기 때문에 아이들은 지금까지 상처입은 자기 얘기를 하지 못했을 터이다. 눈물 흘리는 자기 모습을 그림으로 그렸으면서도 엄마에게 내밀지 못하고 침대 밑에 두는 브리트의 모습은 내 아이의 모습일 수도 있다.
아이들의 손에 들려주기 전에 모든 어른들에게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2003/04/09
어도연 회보>
* 표지 출처: yes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