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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함쟁이 엄마
유타 바우어 글, 그림(2000) 이현정 옮김(2005) 비룡소엄마 손을 잡고 까불대며 걸어가는 아기 펭귄이 그려진 표지와 엄마와 아기 펭귄이 꼭 껴안은 속표지 그림을 보고 어떤 이야기가 담긴 책일까 상상하며 그 다음 장을 넘겨 본다. 순간 눈이 휘둥그레진다.
사납게 눈을 부라리며 꽤액 고함을 지르는 엄마 펭귄 앞에서 아기 펭귄은 그 고함 소리에 감전이라도 된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온몸이 빳빳하게 굳어져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우리집에서 벌어지는 그 장면이 여기에도 있네 싶어서 얼른 한 장을 더 넘긴다.
너무나도 놀란 아기 펭귄은 마치 풍선이 터지듯 온 몸이 펑 흩어진다. 간단한 선과 검정, 노랑 두 가지 색으로만 그려진 그림이지만, 불 같이 화내는 엄마 앞에서 마음이 산산조각 나는 아이의 기분이 그대로 전해진다.
흩어진 아기 펭귄의 머리는 우주로, 몸은 바다로, 두 날개는 밀림으로, 부리는 산꼭대기로, 꼬리는 거리 한가운데로 산산히 날아간다. 그 자리에 남아 있던 두 발은 흩어진 자기 조각들을 찾으려고 달리기 시작하지만, 달랑 혼자만 남아 있어서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하루종일 헤매던 두 발이 지쳐서 사막에 도착했을 때, 엄마 펭귄이 흩어진 아기 펭귄 조각을 모두 모아서 꿰매고 마지막으로 두 발을 찾으러 온다. 다 꿰매고 난 엄마는 “아가야, 미안해.” 사과하고, 아기 펭귄과 다시 사이좋게 배를 타고 떠난다. 배경에 가득 깔린 밝은 오렌지색이 엄마와 아기의 화해를 전해준다.
아이의 마음을 갈가리 찢는 것도 부모의 한 마디지만, 상처받은 아이를 도닥거리고 그 상처를 아물 수 있게 해 주는 것도 미안하다는 부모의 한 마디이다. 하지만 그것만 믿고 마냥 ‘고함쟁이 엄마’ 로 있으려는 생각은 버리시길. 깁고 또 깁다가 누덕누덕해진 아이 마음은 더 이상 원래대로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2005/08/18
어도연 회보 신간 소개>
어도연 회보 신간 소개>
* 표지 출처: yes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