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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Cats 고양이에게
권윤주 글, 사진(2005) 바다출판사고양이를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또 특별하게 관심을 가진 적도 없다.
다만 요즘 들어 이곳저곳 다니는 사이트에 자기가 기르는 고양이 사진을 올리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지금까지 눈여겨 보지 않았던 고양이의 다양한 모습을 보고 가끔 흥미가 이는 정도랄까.
날마다 그림 일기 읽는 재미로 들르는 snowcat 홈에 올라오는 '나옹' 사진도 그래서 보기 시작했고, 내가 좋아하는 종류의 고양이는 아니지만 그 여러 모습을 훔쳐보는 건 재미있었다.
(※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고양이는 동네에서 뛰노는 누렁괭이 내지는 얼룩괭이들. ^^ )
그래도 그다지 살 생각이 없었던 (snowcat 일기가 아닌, 나옹 사진집이라니) 이 책을 얼마 전 홍대 앞에서 열렸던 와우! 북 페스티벌에 갔을 때 충동구매해 버렸다. 아마도 또랑또랑 눈을 뜨고 쳐다보는 표지 사진에 끌린 게 아니었을까 싶다.
집에 와서 책을 몇 장 넘겨보다가 이 글에 그만 가슴이 뭉클해졌다.
고양이 친구
‘고양이’ 하면 귀여운 새끼 고양이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새끼 때야 귀엽지 않은 동물이 어디 있겠냐만은
특히 새끼 고양이를 보고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충동적으로 새끼 고양이를 데려오곤 하는 것이다.
하지만 고양이의 어린 시절은 금방 지나가버린다.
그럼 그 후에는?
고양이는 당신의 동반자로서 함께 사는 것이다.
그저 돌봐줘야 하는 귀여운 동물이 아니라 당신의 친구로서.
그러니 당신의 작고 귀여운 아기 고양이가 금방 커버렸다고,
이젠 살갑게 굴지도 않는다고 실망할 필요 없다.
장담하건대 그보다 훨씬 멋진 시간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본문 18~20쪽에서)
요즘 부쩍 커 버린, 그래서 내 곁에서 성큼성큼 멀어져 가는 느낌이 드는 아이를 보며 생각이 많은 내게 들려주는 듯한 얘기. 저 글에서 '고양이'를 '아이'로 바꾸면 내 마음 그대로겠지.
저런 마음으로 고양이를 키우는구나, 그래서 사람들이 그렇게 고양이에 푹 빠지는구나 생각하니 나옹이, 그리고 많은 고양이들이 새롭게 보이고 그 주인들이 새롭게 보였다. 아니, 애완동물(요즘은 반려동물이라고들 한다지만, 아직은 내게 낯선 말이어서)과 함께 하는 모든 사람들이 그전과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그 마음이 듬뿍 깃들어 있는 글과 사진을 보는 건 참으로 즐거웠다.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는 대상이 있다는 건 참 행복하고 고마운 일이다.
2005/10/22
* 표지 출처: yes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