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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구치 지로 글, 그림(1992) 박숙경 옮김(2005) 청년사
삶을 함께 한다는 뜻에서 애완동물이라는 말 대신 반려동물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집에서 기르는 동물에 대한 정보와 동물을 위한 물품이 사방에 넘쳐난다. 그러나 또다른 한편에서는 사람들에게 버림받은 동물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때에 삶과 죽음, 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곰곰이 되새겨 볼 수 있는 만화 단편집을 만났다. 작가는 오랫동안 기르던 개가 죽은 후, 그 개가 죽기 전 1년 동안의 이야기를 표제작 “개를 기르다”에 담아냈다.
열네 살 된 개 탐은 젊어서는 활달하고 다른 개들에게 절대로 지지 않았지만, 나이가 든 지금은 어깨끈으로 지탱해 주지 않으면 제대로 걷지도 못할 만큼 쇠약해졌다. 부부는 비틀거리면서도 본능에 따라 일어서서 걷고 싶어하는 개에게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주는 것이 자기들의 할 일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교대로 개를 밖에 데리고 나가고, 조금이라도 편하게 걸을 수 있도록 발 씌우개를 만들어 준다.
탐은 차츰 다리 힘이 빠지고 발톱이 갈라지더니 식욕도 줄어든다. 그런 개를 보며 부부는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똥 오줌을 제대로 가리지 못하게 되고 욕창이 생긴 탐을 돌보며, 부부는 개를 사랑하면서도 조금씩 지쳐가고 언제까지나 이런 생활을 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선다.
마침내 발작을 일으킨 탐이 링거를 맞으며 한 달을 버티고, 그 링거를 떼어 낸 후에도 일주일 동안 목숨을 이어가는 장면을 보며 삶에 대한 강한 의지나 서서히 힘이 빠지며 죽음을 맞는 모습들은 사람이나 개가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작가는 드러내 놓고 말로 하지는 않지만, 동물은 결코 사람이 한순간의 즐거움을 위해서 키울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 평생 책임감을 가지고 함께 지내야 하는 한 생명이라는 것을 글과 그림을 통해 강하게 전해 준다. 강아지의 귀여운 모습만 떠올리며 가장 받고 싶은 선물이 강아지라 말하는 아이들과 함께 이 책을 읽고 많은 얘기를 나눠보고 싶다.
2005/11/17
어도연 회보 신간 소개>
* 표지 출처: yes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