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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은 아프리카에 있어요
셰일라 고든 글(1990) 홍영분 옮김(2008) 웅진주니어
남아프리카 공화국에는 1980년대 말에도 여전히 인종차별정책이 존재한다. 아홉 살 소녀 레베카가 사는 작은 마을은 백인들이 살 주택단지를 짓겠다는 정부의 계획으로 말미암아 술렁인다. 몇십 년 넘게 그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을 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설비도 채 갖추어지지 않은 곳으로 강제 이주시키고자 하기 때문이다. 레베카 부모님은 마을 사람들과 힘을 모아 대항하려고 하지만, 나라에서는 계속 사람들을 회유한다. 그 말에 흔들리던 단짝 친구 나니네 집도 어느 날 말도 없이 이사가 버려 레베카는 큰 충격을 받는다.
백인 집에서 일하는 엄마를 무시하는 주인집 아이, 제대로 학교 시설을 갖춰주지 않아서 운동장에서 교과서도 없이 공부하는 오빠, 백인 전용 해수욕장과 백인 전용 버스. 어린 레베카의 눈에도 이상해 보이는 일은 많기만 하다. 친한 친구와 헤어진 상실감, 언제 불도저가 들이닥칠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골목에 숨어 있다가 아이들을 괴롭히는 불량배처럼’ 레베카를 괴롭힌다. 게다가 아빠마저 강제이주정책 항의 집회에서 연설을 했다는 이유로 마을 수호 위원회 사람들과 함께 잡혀가서 레베카 가족은 당장 먹고 사는 것도 빠듯해진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포기하지 않고 뭉친다. 이들과 뜻을 같이 하는 변호사들이 모이고, 세계 각지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며 기금을 보내온다. 마침내 체포됐던 사람들과 오랫동안 감옥에 갇혔던 흑인 지도자가 석방된다.
글쓴이는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주제를 앞세우지 않고, 아홉 살 아이의 눈으로 보고 느낀 것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풀어냈다. 낡은 백인 인형과 새 흑인 인형을 나란히 유모차에 앉혀 친구 삼는 레베카의 모습은 여러 마디 말보다 많은 이야기를 전해준다.
2008/10/22
어도연 회보 '새로 나온 책'>
* 표지 출처: yes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