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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달타냥
김리리 글(2008) 창비
《나의 달타냥》(김리리 글, 창비, 2008)을 읽기 전까지 ‘김리리’ 하면 저학년을 대상으로 한 가벼운 분위기의 작품을 많이 쓰는 작가라는 인상이 강했다. 그래서 《나의 달타냥》을 처음 읽었을 때, 이전 작품들과 달리 약간 투박한 문체 속에 묵직하게 와 닿는 이야기에 깜짝 놀랐다.
주인공 민호는 폭력을 휘두르는 아빠한테서 엄마를 지키지 못한다는 자책감으로 주눅 든 남자아이다. 개 달타냥은 사육장에 엄마만 남겨두고 형 태풍과 탈출하는데 형은 도중에 낯선 사람에게 잡혀가고 만다. 마음의 상처를 안은 민호와 달타냥이 만나 친구가 되고 헤어지는 이야기를 둘의 시점으로 번갈아가며 들려준다.
동화에는 주인공들이 어려움을 이겨내고 다함께 행복해지는 결말이 많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두 주인공 중 하나가 죽음을 맞는다. 충격적이라면 충격적인 마무리다. 달타냥이 꼭 죽어야 했을까? 어른 독자인 내게는 여운이 많이 남는 결말이지만 아이들은 어떻게 느낄지 궁금하다. 물론 달타냥이 민호를 지켜내고, 폭력을 휘두르던 아빠가 뉘우치며 끝났다면 통속 드라마 한 편 본 느낌이었을 것 같기도 하다.
작가는 이야기 속에서 사랑하는 친구를 지키려다 목숨을 잃는 달타냥과, 증오와 복수심에 불탄 끝에 결국 자신마저 목숨을 잃는 태풍을 선명하게 대비시켰다. 서로 상반된 둘의 모습을 보며 ‘폭력’과 ‘용기’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2009/08/04
창비어린이 '인상적이거나 아쉽거나 문제적인 결말'>
* 표지 출처: yes24